갈릴레오 : 한 여름의 방정식 (A Midsummer's Equation, 2013)
갈릴레오 시리즈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비극이 비틀려 더 큰 비극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그 내용을 추리극으로 이끌어가는데 꽤나 익숙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번 영화는 김전일이나 코난이었어도 되는것을.. 굳이 유카와를 끌여들여 캐릭터를 희석시켜버리는건 아닐까?
형사 콜롬보가 낡은 버버리코트를 걸치고 대화를 마친 후 뒤돌아 나가다 다시 돌아서며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던지...
셜록 홈즈가 한눈에 척 이것저것을 알아본다던지 하는 캐릭터만의 상품성을... 좀 희석시켜 버린건 아닌지 싶다.
전술했다시피... 이 영화 역시 비극을 다시 비틀어가는 내용에 있어 꽤나 훌륭하다.
약간 늘어지기도 하지만, 재미있다고 할만도 하고 추리물로서는 약간 약한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괜찮은 정도다.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다른 탐정이 아니라 유카와인데... 좀더 유카와스러운 트릭이었으면 싶다.
그런 아쉬움은 좀 있지만, 비극적 처연함으로 끝내는 재주는... 오히려 용의자 X 의 헌신을 넘어서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중간의 밋밋함이 극적 반전을 이끌어 내는지도...
본 이야기에서 파생된, 전혀 뜻밖의 비극에 주목하게 만드는 재주는 작가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에 신뢰를 보내게 만든다.
그게... 내가 꾸준히 갈릴레오 시리즈를 보는 이유일지도...
(뭐, 소설 원작을 읽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가설이지만....^^;;)
갈릴레오 영화판인 용의자 X 의 헌신도 그렇고...
(개인적으론 마지막에 대해선... 차마 저렇게까지 안해도 되잖아... 싶은 동정이 포인트인데... 우리나라 리메이크판이 그걸 망쳐버렸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번 한여름의 방정식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데 마지막은 정말 왜 이렇게 스토리를 이끌어갈까에 대해 마음이 복잡해진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마지막에 너무 처연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지만,
이 영화도 스토리가... 참 잔혹하다.
보기싫은, 역겨운 그런 잔혹함은 아니고 애닮픔에 가깝지만,
긴 한숨을 내뿜게 만드는.. 그런 잔혹함이 있다.
그게 이 영화 시리즈의 재미라면... 좀...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