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에 가본적이 있나요?
그 바다 흔한 제주에서 역시나 바다를 끼고 도는 성산포.
신경숙님의 '깊은숨을 쉴때마다' 를 읽어본 적이 있지요. 너무오래된 일이라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없지만, 성산포를 배경으로 쓴 그 소설을 읽고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죠. 왜 그랬는지 기억도 없지만......
그곳에선 '우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지요.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시끄러운 곳. 만일 제주도에 간다면 조용한 바닷가를 찾아가세요. 이생진님이 말하듯, 왜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하는지 아실겁니다. 참... 진정 조용한 곳이라면, 가까운곳에선 술을 살 수 없을거예요. ^^ 미리 준비하셔야죠...
그렇다고 바다에 시비걸진 마세요. 당신이 바다를 이길리가 없잖아요? ^___^
제주도에서 나고 제주도에서 자라 안가본곳 없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하지만, 갈때마다 그 바다는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죠. 아니, 내가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지도 모르지만... 성산포에 가시거든, 힘들더라도 일출봉 구경도 한번 하세요. ^^ 새벽같이 일어나......
사람은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모든 사물에 감정이입이 되죠. 마음이 사나운 사람은 사나운 바다를 볼 것이고, 슬픈 사람은 슬픈 바다를, 마음이 비어버린 사람이라면 그저 바다만 보고 올 것이고...
당신의 바다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운 사람 떠오르는 바다는 아닌가요? 밀려왔다가는... 금새 도망가버리든, 포말로 부서지든, 내게는 남아 있지 않는 바다... 잡으려 애써도 결국 바다는 잡지 못하고 그저 젖은 손만 바라보며 한숨만 바람에 실어보내던 그 바다... 두 눈에 가득한데 조금도 소유할 수 없던 그 바다... 그건 내 바다 이야기인가요?
한번쯤은 시인의 눈으로 바다를 보고싶어요, 한번쯤은 깨달음을 얻은 마음으로 바다를 보고 싶어요. 사심없이 본다면 그 바다는 내게 어떤 모습일까요? 아니, 바다에서 자라서 그 모습을 못보았을리가 없죠. 내 어린시절의 바다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것 뿐......
친구가 있고 여름이 되면 제주도 서부두 방파제라도 나가세요. 그곳엔 예전의 여의도처럼 아스팔트가 잘 되있어 노천에서 술을 마시기가 좋죠. 그렇게 모여앉아 마시다 잠시 그대로 뒤로 누워선 잘 수도 있죠. 남은 사람들은 얘기하고... 그러다 다시 깨어 끼어들어선 술을 마시고... 그러다 바다와 함께 아침을 맞게 되면 일어나 돌아가는 거죠.
이생진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을 듣고 있다보니 갑자기 그곳 생각이 나네요.
누구에겐가 보여주기로 했었는데, 결국 보여주지 못한 곳.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이렇게 부대끼며 사는데 바다는 그렇게 조용히 잘 사네요. 얄미운 녀석 같으니......
사람은 떠나도 바다는 남는군요. 그리곤 의미없는 내 복수를 받아주겠죠. 결국 난 인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바다를 버리겠죠. 그 후에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저 존재하는 바다에 시비를 걸테고, 나와 같은 인연으로 바다를 만나고 역시 헤어지겠죠.
정작 떠나가는 이를 보내며 숨죽여 우는건 바다인데, 사람은 그저 몇번 만나고 헤어질 뿐이지만 바다는 그렇게 미운정 들여 떠나보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다음에 바다에서 술을 마신다면 그때엔 건배를 해야겠군요. 그 오랜 친구에게 술한잔 사준적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