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허공(虛空)스님 이야기.
이글은 winbbs 라는 사이트에서 2004년에 퍼왔던 글입니다.
-------------------------------------------
심안군(心眼郡) 정견리(正見里) 혜인사(慧仁寺)에는 큰 스님의 법력이 높다는 소문이 나서 천도제를 지내려 문의하는 신도들이 많이 찾아온다.
엄따스님은 그때마다 신도들에게 이렇게 말을한다.
"저희 혜인사에는 천도제를 주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큰스님의 지시이기도 합니다."
라고 말하면 신도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고 절에서는 의례 천도제를 해주어야 되는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 스님이 천도제를 지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사람, 돈은 얼마든지 낼테니 꼭 혜인사 큰스님의 큰 공덕을 받잡고 천도제를 올려달라고 때를 쓰는 사람 등 엄따스님에게 따져 묻는 신도들이 많았다.
엄따스님은 큰스님의 확고한 신념 때문에 천도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신도들에게 하면서 처음엔 큰스님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나 큰스님을 따라서 임종을 얼마 남지 않은 신도의 집을 방문하고 큰 스님께서 행한 것에서 큰스님의 큰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혜인사에는 가끔 큰스님의 집도로 천도제가 열리기도 한다.
큰스님께서 판단하시지만 스님을 친견하고 난 신도들에 따라서 천도제를 지내주는 신도들도 아주 가끔있다. 물론 비용은 일체 받지 않고 단지 상에 올릴 음식만 간편하게 차릴 것만 신도들의 몫이었다. 큰스님께서는 형편이 어려워 빚을 내어서 천도제를 지내는 것을 금하셨고 정말 어려워서 때를 놓친 신도들이 간곡한 부탁에는 그 신도를 위해서 기꺼이 해 주셨던 것이다.
엄따스님이 큰스님을 이해하게 된 것은 큰스님께서는 종종 임종을 가까이 둔 신도들의 집을 방문하셔서 삶을 정리하는 방법을 말씀해 주시곤 했다.
이를테면 삶을 되돌아 보게 하면서 좋은 일, 나쁜 일, 남을 증오한 일 등 회상하게 하시면서 좋은 일은 잊고 나쁜 일들은 참회하기를 말씀하시고 다음은 자식들에 대한 집착과 이 생에 대한 집착을 놓으시라고 하셨다.
그리고 생 이후의 생에 대해서 두려워 하는 신도들이 많은데 그 분들께는 두려워 하지말라시며 그저 빛을 따라서 가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두려워 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를 두려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시며 다시금 두려워 하지말라신다.
큰스님께서 임종을 앞 둔 사람들에게 제일 강조하시는 것이 집착에서의 벗어날 것과 미련에서 탈피 해야 한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임종을 앞 둔 그 사람과 가족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한 마디 더 하시는데 그것은 묘자리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임종을 앞 둔 사람들이 흔적을 남겨서 자식들의 제삿밥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큰스님께서는 이렇게 잘라 말하신다.
"나중에 책임도 지지 못할 묘자리는 왜 만듭니까? 그거 효자인 자기 자식들은 그것이 예라고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지극한 효자인 손자까지는 묘자리를 지켜 줄 지 모르지만 그 후에는 버려진 묘자리가 될 께 뻔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때 섭섭하고 원통해서 자식들에게 해를 끼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시작도 허공에서 시작하였으니 마침 역시 허공이어야 되지 않습니까? 2대도 못 갈 묘자리의 흔적을 남기는 것 역시 집착입니다. 오히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고 자식들이 정성을 다하지 못하면 자식들의 마음에 불효를 범했다는 부담감 밖에 더 주겠습니까? 그러니 흔적을 남기지 말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이어 말씀하신다.
"생을 마감하고서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생을 시작할 땐 자식들이 생겨나지 않았지요? 생에서의 자식이지 생 이후에는 자식에게 조차 집착을 두면 안됩니다. 모든 집착과 욕망을 버리는 것이 [천도의 길]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천도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큰스님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모든 집착과 욕망 그리고 미련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천도의 길]이라 말 할 수 있으며 미리 신도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차후에는 천도제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그 이유를 아는 엄따스님과 신도들은 더 깊은 마음으로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아드렸으며 더 큰 존경심을 갖추었던 것이다.
이해를 못한 신도들에겐 상응부경전42:6(서지인)에 나오는 글을 읽어 주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반다카푸타라는 사람이 붓다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덕이시여, 서쪽에서 온 브라만들은 물병을 높이 쳐들든지, 화환을 달든지, 물에 들어가 목욕하든지, 화신(火神)에게 공양을 드리든지 함으로써, 죽은 사람을 천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대덕께서도 역시 그런 일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 질문에 붓다께서는 이렇게 반문하셨다,
"그러면 촌장에게 내가 한 가지 물을 것이 있다.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 보라. 어떤 사람이 깊은 호수에 바위를 던졌다 하자. 그때 여러사람들이 몰려와서 '바위야, 떠올라라. 바위야 떠올라라.' 하며 기도했다고 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 바위는 기도의 힘으로 떠오르겠는가?"
촌장이 아니라고 대답을 하자 붓다께서는 덧붙여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촌장이여, 이것을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여기에 남을 죽이고,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따위 온갖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있다 치자. 그사람이 죽었을 때 여러사람이 몰려와서 '이 사람이 천상에 태어나게 해주십시요." 하며 합장하고 기도했다면 어떻겠는가. 그는 그 기도에 의해 천상 세계에 태어나게 되겠는가?
촌장은 역시 아니라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큰스님께서는 천도제도 위와 같은 것이어서 임종 전의 사람에게 모든 것을 놓고 가는것이 떠나는 자나 남은 자를 위한 지혜 행이라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