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갤러리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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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 10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겨옴.)
예술에는 무엇인가가 있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광기도 포함하고 있고 극의도 포함하고 있는, 평범한 내가 알지 못하는 무엇.
하지만, 나는 미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피상적인 아름다움과 기교가 있는 경우를 조금 읽을 뿐,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미학의 학문적인 내용들을 알아볼까 하고 미학과 미학사에 대해 접근해봤지만, 그건 기괴한 철학의 영역으로 전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저 읽을 수만 있는 한글일 뿐이었다.
내겐 보다 쉬운 길잡이가 필요했다. 마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듯...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갤러리 훼이크라는 만화였다.
지금의 내 미술에 대한 관심의 진행은 그 만화를 따라간다. 아니, 시선조차 따라가는지 모르겠다. 감정과 느낌이라고 해서 전혀 독창적으로만 생겨나는걸까.. 하는 질문에 다다르니 더욱 그러하다. 다만, 그게 남의 시선이든, 내 시선이든 내가 그렇게 생각(혹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사실, 이런 진행을 생각하고 한것은 아니었고, 왜 내가 이 만화에 빠져들게 되었는가를 역으로 생각해보고, 그동안의 내 행동의 편린들을 구색을 맞춰 만들어낸 추리에 불과하다.
다만, 내가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따를 뿐......
통상 관심이 있는 주제가 나오면 그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는데, 오늘 찾아보고 충격을 받은 그림은 고야의 사투르노(Saturno) 이다.
이것에 대한 해석이야, 나름대로의 해석을 여러군데서 읽을 수 있지만,
아무리 암울한 시기였다 해도, 자신의 자리를 해할까봐 자식을 먹고 있는 그 기괴하고 탐욕스런, 미쳐버린듯한 신화를 그토록 잔인하게 그려 식당에 걸어놓은 이유는......
평상시처럼, 만화에서 본 그림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데, 그 그림의 섬뜩함이 짧은 순간이지만, 나를 감싸안는다.
살짝 몸서리 처지는 그 광경.
사실, 신화속의 사투르노는 그 그림처럼 잔인하게 뜯어버린게 아니라 삼켰다고 한다. 하긴, 그런 오래된 신화가 삼켯든 뜯어먹었든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고 표현한 작가의 시선은 중요할 수 있으니까...
가끔 생각한다.
예술이든, 과학이든, 철학이든, 그 궁극의 경지는 광기를 통해 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닐까...
어쩌면,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기에 그걸 광기로 표현할 뿐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