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타

메갈리아 논쟁과 시사인에 대한 단상.

너른바다 2016. 9. 20. 20:15


진보진영의 대표 언론이라고 여겨지던 잡지 중의 하나가 바로 시사인이었다.

진보진영에 호의를 가지던 일반적인 사람들은 시사저널시절부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물질적이든 마음만으로든 많이 지지해왔었는데 그 진보진영에 호의를 가지던 사람들 중 상당수마저 등을 돌리게 된것이 바로 메갈리아 논쟁이다.


이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사인이든 독자들이든 신이 아닌 바, 어떠한 사안에 대해 절대적인 선악을 구분해 줄 수는 없는것이다. 다만,

시사인의 가치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잘 모르던 독자(위에서 말한 진보진영에 호의를 가지던 사람들) 들에게 사안의 본질과 여파, 여러가지 연결된 문제점들에 대한 논리적인 전개와 그를 뒷받침하는 취재를 통해 제시하는 사실관계와 증거들을 통해 독자들의 인정을 득한 결과로 나타났었다.


그런 시사인에 대해 일부독자들이 직접적으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와같은 본질적인 시사인의 가치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에게서 기인한다고 본다.


시사인에 등을 돌린 독자들의 생각은 메갈리아 문제가 혐오주의에 대한 문제이며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보아왔고 그 과정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참여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시사인의 기사는 위처럼 자신들의 사실관계와 논리를 통해 메갈리아는 젠더문제이며 페미니즘의 이론부터 현실을 논파하며 독자를 설득하려고 하는걸로 보이게 되는데, 

(독자들은 메갈리아 논쟁과 성우의 사안 등을 별개로 생각하는게 아니다.)


문제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제3자로서 논리와 사실관계를 검토하는게 아니라 그 독자들이 이 사안의 당사자로서 사실관계와 논리를 검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당사자인데... 난 혐오주의에 대한 반대를 말하는데... 왜 너는 내가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냐? 당사자인 내가 부당하다는데 그걸 진보지식인이라는 가면을 쓰고선 '당사자든 뭐든....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그동안 고고한 싸움을 해온 이 머리좋고 공부 많이 한 지식인의 말을 들어....' 라는식의 강제적인 훈육을 하려 드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당사자에게 당신이 틀렸다 라는것을 인지시키려면 보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들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인데 돌아선 독자들은 그런것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사인은 이 문제가 넥센의 성우 티셔츠 사건으로부터 촉발되었다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이 사안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여러 포털의 게시판에서 부딪혀왔던 문제이고 성우 사건은 사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자들에겐 특별하지 않은 그동안의 일련의 과정에서 끼어든 하나의 사안이였을 뿐이다.


사실관계 자체가 불분명해져버린 저 사건은 여러매체에서 계약해지 라는 용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저게 계약해지인지 정상적인 계약종료인지조차 사안이 불분명하다.


만일 성우의 결과물을 게임에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성우와 맺은 계약의 금액 전체를 지불했고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회사에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건 그냥 정상적인 계약 종료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성우의 결과물을 사용할지 말지는 회사의 권리니까...


혹시 처음에 작업이 끝났을때 받기로 한 금액 중 일부를 받지 못하고 중단되었다면 그건 계약의 해지에 해당할 것이고 그 부당함 여부는 계약서와 지급된 금액, 제공된 용역의 내용을 따져봐야 할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참여한 당사자들중 언론이든 정당이든 사실관계를 정확히 제시한 쪽은 본적이 없다. 

(본질적으론 정의당이든 시사인이든 다 이런점에서 그들의 지지자와 부딪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간단하게 정리하면...


당사자라 여기던, 이 문제를 혐오주의 문제라 생각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이건 젠더문제야 라고 교화시키는데 실패한게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과연 지식적 기득권층이라 여기던 쪽이 옳은것인지 우매한 중생들이 옳은것인지는 누구도 선을 그어주진 못할것이다.


하지만, 삼성하고 싸워도 살아남을수 있게 지지해준 독자들마저 떠났을때 그들이 지킬 가치는 무엇인지 좀 궁금하긴 하다.

마치, 신적인 위치에서 정해준 옳고 그름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것인지도 궁금하고......

(이 말이 남은 독자가 적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관철하는 하나의 시련으로 볼수도 있을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