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책을 고를때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책의 외형에 어찌보면.. 속아서 산 꼴이 되었다고도 볼수 있겠다. ^^;;;
여튼.. 이 책.
이성예찬은 무슨 청춘예찬이나 사랑예찬의 느낌으로 다가왔으나 그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대 출신의 내겐 이 책이 꽤 어렵게 다가왔는데, 그 이유는... 보통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어떤 문제점을 인식하는 과정을 먼저 거치는 경우가 많고,
혹은 그렇지 않더라고 그 책의 내용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공유할 정도의 머리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류의 의문을 가져본 적 조차도 없다.
이 책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성에 대한 인식론적 회의론에 맞서는 철학전 반론이라고 하겠다.
데카르트는 참인 것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믿음들을 모두 의심해봐야 하며 그 결과 현실세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스스로가 의심한다, 즉 생각한다는 명제만이 완전하게 자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 완전성의 원인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말하게 되었지만,
흄이 지적하듯 특권적이고 자명한, 근원적인 원리가 없는 바, 결국 신에 기대고 마는 데카르트의 순환의 모순으로 회의론에 대항하던 시도는 실패했다고 할 때...
아.. 내가 쉽게 읽을 책은 아니구나.. 하는걸 깨달았지만, 그땐 좀 늦었다.
그때는 이미.. 이 책을 읽는 나는... 희한한 재미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 책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이런류의 철학에 대해... 우리는 한번씩은 접해보아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너무 인간에 무관심하다.
하긴.. 대학평가를 취업률로 해야하기 때문에 철학과나 국문과를 폐쇄한다는 인간들에게 그건 너무 과한 기대이기도 하겠다.
굳이 배부른 돼지보단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냥... 적당히... 배고프지는 않은 인간이 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누군들 그것을 택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택하지 않으니... 그게 정말 이해못할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글이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개념적으로도 그렇고, 번역적으로도 다소 그러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과학에 대한 이해이다.
대학시절 교수님의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공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어떤 전제조건 3가지를 통한 공학문제 풀이를 하던 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세가지 조건들은 그동안 숱하기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해 왔지만 아직까지 반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런 조건들을 받아들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세번째 조건에 이의를 가지고 연구중입니다.
이런게 통하면 스타 되는겁니다. *^^* "
농담섞인 말이었지만, 과학이라는게 그렇다.
공개적이고 상호검증적인 과정을 거쳐 과학은 발전해간다.
언제라도 반박될수 있고 누구라도 그러할수 있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서라야 한다.
린치 교수는.. 그런 과학적 방법론을 이 이성 예찬에 끌어들이고 있다.
그점이.. 내겐 꽤나 흥미로웠다. ^^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보라고는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