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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1 카우보이 비밥!


(오래전에 홈페이지에 썼던 글)

성인용 영화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 야한 영화?, 잔인한 영화? 그 외에도 성인용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은 많다. 
어른들은 흔히 만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애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항상 "성인용" 이다.

 


무슨이유로? 우주개척시대에 현상범을 잡아서 먹고사는 사설탐정같은 사람의 이야기에 왜 성인용이?
그리 야하지도, 그리 잔인하지도 않건만......

 


이 애니(꽤 장편이다...)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내 한쪽눈을 봐... 내 한쪽눈은 가짜야... 그때부터 내 한쪽눈은 과거를, 다른눈은 현재를 보며 살아왔지...

난 죽으러 가는게 아니야. 내가 살아있는지, 어떤지 확인하러 가는거야..." 대충 이런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인 스파이크는 예전에 어떤 폭력조직 소속이었고, 결국 조직을 떠나 과거를 버리고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숱한 사건에 휘말리다, 결국 친구였던 조직의 보스를 찾아 마지막 전투를 위해 떠나며 동료 페이에게 하는 말이다.

 


예전의 조직에 소속되었을때 잃어버린 그 한쪽눈은 계속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 눈의 사연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그는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이 애니를 보다보면 그걸 너무 진하게 느낄수 있다.
과거...
과거가 있으므로 현재가 있는것은 당연하지만,

이 애니에서 과거는 현재를 짓누르는 무거운 존재이다.

그것은 스파이크의 잃어버린 눈에, 제트의 기계로 만들어진 의수에,

심지어 기억을 상실해버린 페이에게도 여전히 무겁게 남아있다.

 


결국, 이 애니가 성인용이 된 것은, 그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무게가 필요하다는것 때문이다.

그런 동질감이 없고서는 같은 재미를 느낄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얻어가는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는 역사가 없이는,

그리고 그 인과관계에 대해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 없이는 동화될 수 없기에, 재미가 반감된다.

 

작화의 퀄리티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스토리도 무리없이 재미있다.

하지만, '과거'라는 요소가 끼어들어선, 단편적인 스토리들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스파이크는 꿈에서 깨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현실의 삶도, 그 과거를 종결하지 않고서는 이어질 수 없다는것을 알게되고 그 종결과 함께 그는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비록 별이 지지만......

 


독특한 세계관, 개성있는 등장인물은 여느 잘 만들어진 애니나 영화와 다를바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칸노 요꼬의, 너무나도 애니 자체와 어울리는 그 재즈풍의 음악들을 들으며,

시간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이 애니는 내겐 정말 독특한 맛이 있다.


그건, 아마도 내 이야기와도 같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과거를 딪고 서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애니의 마지막 장면처럼, 별과함께 지더라도......

Posted by 너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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